화나 - FANACONDA (2017), Power (2017) (가사)

2022. 12. 6. 00:421일N곡

더보기

UFMC GOB reppin' GM city in the place to be
TUJ 못난이들 whassup
You better wake up
긴 잠에서 깨 시간의 얼레를 풀어 엉킨 실 타랠 벗네
더 커진 이상의 몸체
빛바랜 껍데길 일단에 절개
끊어진 빗장의 걸쇠
독 오른 이빨의 본색 여전히 피 안에 건재
종이 관에 콧대를 걸친 거짓 왕의 권세
위장된 정체 드러내라
그리고 내 식탁에 손 떼
일갈의 철퇴를 거머쥔 심판의 도래
시작된 경배
힘차게 토해 귀환의 노래
Fanaconda 저 먹일 바라본다
송곳닐 박아 넣은 다음 꽁꽁 휘감아 꼰다
Fanaconda 다가온다 la lalalala lalala
Fanaconda 저 먹일 바라본다
송곳닐 박아 넣은 다음 꽁꽁 휘감아 꼰다
Fanaconda 다가온다 la lalalala lalala
온통 여긴 전염병이 덮쳐버린 공동묘지
저 뻔뻔히 겁도 없이 얼쩡거리던 버러지들의 종족번식
영역표시로 더렵혀진 역겨운 거리
썩어버린 똥덩어리들 격조 높이는 여론몰이
노력 없이 거저먹기로 얻어걸린 명성 놀이
허영 덩이 떵떵거리면서 본질을 꺾어놓지
그 존경 버린 혀로 어찌 존엄 얻으리
이 건 돌연변이 초록 구렁이 호통 소리
조롱거리였던 serpent
허나 여긴 나의 벌판 나의 정글
나의 덤불 나의 소굴 나의 터전
난 이 깊은 밀림을 지키는 Tarzan
용의 시대에 지배되기를 거부한 야생 이무기
이름이나 몸집 크기로 기죽지 않는
이 긍지의 삶은 B-movie
우성이 아니라서 열성으로 맞서네
쉬운 먹잇감이라도 전력으로 단번에
Fanaconda 저 먹일 바라본다
송곳닐 박아 넣은 다음 꽁꽁 휘감아 꼰다
Fanaconda 다가온다 la lalalala lalala
Fanaconda 저 먹일 바라본다
송곳닐 박아 넣은 다음 꽁꽁 휘감아 꼰다
Fanaconda 다가온다 la lalalala lalala
예외 없이 내세워진 색의 논리
생태계 섭릴 어지럽힌 거짓 맹수의 권위
난 그 hegemony 앞에 외로이
검디검은 펜의 독니로 맞서 싸우는 뱀의 머리
곁엔 내 패거리
황새의 덜미 잡는 뱁새 동지 TUJ의 궐기 ceremony
퇴행적인 게임의 법칙 속 체제 독립
너흰 절대 꺾지 못해 85년 산의 쇠고집
F.A.N.A. 적인 F.A.N.A
정신 이은 세 번째 재정비 이건 내 계획의 편린
엉터리 씨들은 멸종위기
난 도토리 키 재는 놈 머리 위 송곳니 깊숙이 꽂고 있지
모조리 집어삼켜버린 뒤
목조이기 폭동 초읽기
멍멍이 짖어라 범 여기 있지
La lalalalalalalala lalalalalala
Fanaconda 저 먹일 바라본다
송곳닐 박아 넣은 다음 꽁꽁 휘감아 꼰다
Fanaconda 다가온다 la lalalala lalala
Fanaconda 저 먹일 바라본다
송곳닐 박아 넣은 다음 꽁꽁 휘감아 꼰다
Fanaconda 다가온다 la lalalala lalala

 

더보기

몇 년 전 얘기지
한 공연 대기실
시퍼런 애기들이 모여 있네
귀 기울여보면 돌연 책임이 절로 생기지
버텨내기 위한 버거운 채찍질
그 서러운 얘기 뒤 그대로 목격된 진실에 좀 더 가까이 가
전에 잠깐 인사했던 사나이와
아까 인상적이던 가사의 작잔
세탁방인가 어디서 Part-Time Job
각자의 삶 속 압박과의 싸움들
난 성과를 얻었고 또 벌 만큼 벌어
그래서 그런 절망을 털어내려면 얼마큼 걸어야하는지 몰라
그저 멍하니 먼 산을 보며 어떤 말을 돌려줄 지로 맘을 졸여
다들 그렇게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헛된 말은 못해
그렇지 않은 건 세상이 다 아는 건데
아무튼 짧은 그 함구는 이 선배가 진 불명예
내 마음에 짐을 졌네
그래서 나 힘을 원해
힘을 원해
뭔가 이루어낼 힘을 원해
난 지금 명예 그리고 더 큰 힘을 원해
힘을 원해
날 믿는 동생들의 뒤를 벋댈
내 친구 형제 모두를 이끌 더 센 힘을 원해
올바른 길을 선택해온 당신 응원해
신념을 지킬 증명의 힘을 원해
우리가 치루어낸 고난의 가치를 원해
지금껏 계속 길을 걷네
나누어진 판
여긴 투명인간 아니면 유명인사
난 그 끊어진 사슬 틈 어딘가 덩그러니 박혀 구덩일 파
무성히 자라 우거질 싹을 꿈꿔 씨앗들을
묻었지만 느끼는 건 미약한 숨소리
과연 이건 분종인가 무덤인가
진정 내게 주어진 사명 무엇인가
문득 수 없이 많아지는 고민과
무거운 침잠 속으로 무너진 나
우선 일단 움켜쥔 만큼은 했네
그럼 이 다음은 대체 무엇일까를 묻네
내 주변 인간들은 내게 부럽단 투로 얘기해
꿈꾸던 삶 추구했기에
그런 난 누구에게나 숨겨온 한숨을 뱉네
실패와 성공은 뭔가
이제 와 정공은 뭔가
그렇게 좇던 증명과 그 놈의 영혼은 뭔가
되물어본들 정작 못 얻은 정답
어쩌면 결국 변화 속 겉도는 건 나 아니었든가
더 큰 나로 거듭나고픈 한편 부담을
얻는 다는 것을 향한 출처를 알 수 없는 강한 거부감
서른 맡 불현듯 날 엄습한 건 그 딴 모순과 허무함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의 언급을 다시 더듬는 나
거듭 늘 한 귀로 흘려들은 말
왜 얻을 수가 있었던 것들을 다 놓아버리느냐고
묻는 가까운 이들 앞에서 난 그저 웃음만
그러다 돌이켜 보니 무얼 좇고 있었던지
목적이나 별 고민도 없이 몇 년이고 여길 걸었지만
어쩐지 이걸 돌이켜 자문해본 적이 없었지
어느 만큼 온 건지 대체 뭘 원했던 건지
어떤 이들을 여전히 내 족적 뒤를 따라오고 있네
난 그저 시댈 넘길 때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그 고민의 고릴 떼어주고 싶기에
이제야 뒤를 보네
힘을 원해
하지만 현실은 벽에
힘을 원해
뭔가 이루어낼 힘을 원해
난 지금 명예 그리고 더 큰 힘을 원해
힘을 원해
날 믿은 동생들의 뒤를 벋댈
내 친구 형제 모두를 이끌 더 센 힘을 원해
올바른 길을 선택해온 당신 응원해
신념을 지킬 증명의 힘을 원해
우리가 치루어낸 고난의 가치를 원해
지금껏 계속 길을 걷네
나 자꾸 길을 잃어
여긴 늘 미로
그 누군가는 내 뒤를 밀어
가끔 용기를 잃어 비겁한 침묵 뒤로 숨었던 나
또 한 번 현실을 딛어 끝없는 질문 위로
지금 이런 바보 천치들이 이레 많아
웃긴 건 나도 그 바보라서 이해가 가
뒤에 남아 고립된 상황
현실에 발악하며 기횔 찾다 희생당한 못난이의 반항
저 허허벌판에 닥친 엄동설한
모두가 멀고 먼 환상의 낙원을 엿보건만
돌아온 건 혼란 그리고 병목현상
그래도 기어코 결판 짓기를 원해
험로로 완고히 걸어온 난
이건 어쩌면 단지 과욕 혹은 자기만족
하지만 꼭 어차피 한 쪽에 건다면 난 희망 쪽
이 잔인한 곳에서 생애 마지막 곡 까지
반복해서 적어나갈 이 작고 너절한 비망록

 

화나(Fana)는 2003년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 소울컴퍼니에서 음악 커리어를 시작해서, 현재까지도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아티스트다. 90년대 한국 힙합의 여명기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본토의 힙합을 학습하고 따라가는 단계였다면, 2000년대 중반부터 2011년 즈음까지는 한국 힙합만의 다양한 스타일과 방법론이 제시된 시기였다.

그 중에서도 화나의 스타일은 특별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각운을 칼같이 맞춰 가사를 전개한다. 어떤 사람은 빼곡한 각운이 주는 강력한 타격감을 유지하면서도 가사를 쓰는 그의 능력을 고평가하고, 누구는 생소한 단어를 끌어오거나 문법을 파괴하면서까지 라임을 맞추는 방식이 억지스럽다고 저평가하기도 한다. "사전을 통째로 외웠다"는 루머 아닌 루머가 양쪽의 생각을 모두 대변한다고 본다.

 

Show Me The Money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Show Me The Money> 가 큰 히트를 기록하고, SMTM을 통해 많은 언더그라운드 래퍼들과 신예들이 성공을 거머쥐게 된다. 힙합이란 장르가 이전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얻게 되면서, 더 콰이엇과 도끼가 일리네어 레코즈를 설립하며 시작했던 머니 스웩과 더티 사우스 (그리고 더티 사우스에서 파생된 트랩)이 한국 힙합신의 흐름을 지배하게 된다. 유튜브를 통해 예전보다 음악적인 영향력이 오고 가는 속도도 빨라져서 한국 힙합만의 특징과 고민은 많이 사라지고 말았다. 활발하게 있던 소규모 공연과 인디 공연도 전멸했다. 한국 힙합을 오랫동안 즐겨온 입장에선 SMTM의 성공은 아쉬운 면이 많다.

그러나 화나는 이런 메인스트림 래퍼들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복합문화공간 어글리 정션(The Ugly Junction)을 운영하며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재키 와이(Jvcki Wai)가 바로 어글리 정션이 발굴한 아티스트다! ) 힙합이 큰 인기를 얻은 지금이 화나가 <그 날이 오면>에서 말한 "그 날"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앞서 말했듯 한국 힙합만의 스타일과 소규모 공연, 인디 문화의 멸절, 그리고 화나의 행보를 생각하면 화나의 "그 날"은 아쉽지만 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화나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Fanaconda>의 두 곡을 소개한다. 같은 앨범의 두 곡인데, 화나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두 곡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이틀 곡 <Fanaconda><Power> 이다. (지금은 "타이틀 곡"이 단순히 앨범의 대표곡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사실 앨범명과 곡명이 같을 때 이를 "타이틀 곡"이라고 한다.) 

 

우성이 아니라서 열성으로 맞서네

<Fanaconda> 에서는 화나의 공격적인 플로우와 빈틈 없이 꽉 짜인 라임 배열을 들을 수 있다. 라임에 가려서 저평가되는게 화나의 뛰어난 연기력인데, 이 곡에서 화나는 때로는 조용히 똬리를 틀고 때를 기다리는 뱀처럼, 때로는 입을 쫙 벌리고 송곳니를 드러낸 것처럼 랩을 뱉는다. 마치 피리로 뱀을 부리는 것 처럼 훅에서 태평소 사운드를 쓴 것도 인상적인, 마치 청자를 "꽁꽁 휘감아 꼬는" 것같은 곡이다.

이런 특징은 위에 첨부한 네이버 온스테이지 공연 영상에서 더 두드러진다. 라이브 공연에 큰 뱀을 목에 감고 공연한 적도 있다고.

 

신념을 지킬 증명의 힘을 원해

<Power> 에서는 어글리 정션을 통해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지원했던 화나의 개인적인 고뇌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현실의 벽에 맡설 용기와 힘"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지만,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명맥을 잇기 위해 힘썼던 화나의 행보를 생각하면 의미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화나는 최근 첫 정규앨범 <FANATIC>의 후속작 <FANATIIC> 앨범을 더 콰이엇의 데이토나 레코즈에서 발매했다. 2009년 큰 화제가 되었던 그의 첫 정규앨범 의 프로듀싱을 소울컴퍼니에서 함께했던 프로듀서/래퍼 더 콰이엇이 대부분 맡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1집만큼 좋지는 않았는데... 이 내용은 다른 포스트에서 더 다루고 싶다.

이견이야 있겠지만 <Fanaconda> 만큼 화나의 랩 인생을 잘 보여주는 음반이 없다고 생각한다. 화나가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던 만큼, <FANATIIC> 발매 당시 딩고 킬링벌스에 화나가 출연했을 때 댓글에 화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느꼈다. 화나라는 아티스트를 알고 싶다면, <Fanaconda><Power> 두 곡만큼은 꼭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다.